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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쌓인 향긋한 커피가루, 한편의 풍경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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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아이 작성일21-06-11 05:07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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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주로 빛·그림자 이용 ‘반사 시리즈’ 선봬작품 ‘대한제국의 꿈’ 커피가루 활용 눈길벽면 목재 패널에 가루 얹어 석조전 그려내홍화·홍차잎으로 그린 드로잉作 흥미로워빛 반사·그림자 활용 자기만의 세계 구축자연의 신비 표현 ‘기여화광’도 놓쳐선 안돼흔해빠진 광고 전단 비추는 평범한 조명산의 실루엣 뒤로 변화하는 하늘빛 일품‘대한제국의 꿈’ 성곡미술관 제공커피가루가 향긋하다. 후각이 먼저 감각하고 나면, 가로 8m, 세로 4m 거대한 벽면에 짙은 갈색으로만 그려진 덕수궁 석조전 풍경이 시선에 들어온다. 커피를 즐겼다는 고종 황제의 시대 안으로 들어서기라도 한 것처럼, 이 풍경화는 은은하게 관람객을 감싼다. 빨려 들어가듯 풍경화 앞으로 다가간 관람객은 그제야 향긋한 커피향의 비밀을 알게 된다. 벽면에는 수평으로 길게 흰색 목재 패널이 층층이 설치돼 있고, 선반처럼 설치된 그 층마다 커피가루가 쌓여 있었던 것. 층마다 다르게 쌓여 있는 고운 커피가루와, 커피가루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져 한편의 풍경화가 됐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리플렉션’(Reflection·반사, 반영) 시리즈를 선보여온 이창원 작가의 작품 ‘대한제국의 꿈’이다.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에서 이 작가의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가 한창이다. 리플렉션 이미지 시리즈 작업을 해 온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르는 이 작가의 중간회고전이다. 입체, 설치, 드로잉 등 약 250점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후각이 강렬한 첫인상을, 작품에 다가갈수록 놀라움을 주는 ‘대한제국의 꿈’은 작가가 어떻게 작업한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작가는 벽에 패널을 설치하고 덕수궁 석조전 풍경을 빔 프로젝트로 쏜 뒤에, 그 형태를 패널에 스케치했다. 스케치를 따라 곱게 분쇄된 커피가루를 조금씩 얹어나갔다. 실내조명 빛에 커피가루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생긴다.대한제국 말기에 착공해 일제강점기를 버텨내며 단단한 역사적 시간이 녹아 있는 덕수궁 석조전 풍경이 이렇게 연약하고 가벼운 커피가루의 실루엣으로 완성된다. 작가의 노동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설치된 현장에서, 설치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다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다시 패널을 설치하고 커피가루를 조금씩 얹어나가야 한다. 다음 설치 때에는 커피가루가 놓였던 자리에 찻잎이 놓일지도 모른다.찻잎 드로잉 ‘바위산 인상’작가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유학 시절, 한국과는 크게 다른 식료품들을 흥미롭게 보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가루와 찻잎을 이용해 다양한 화면을 만들어낸 계기다. 그는 “말린 찻잎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을 응축하고 있다. 그걸 우리는 따뜻한 물에 우려내 차로 마신다. 이 사실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선반 같은 구조물 위에 한 줄, 한 줄 찻잎을 얹고 선반 사이에 나타나는 반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실론티라고도 불리는 홍화잎, 블랙티인 홍차잎으로 그린 드로잉과 크고 작은 입체 작품들 하나하나가 흥미롭다.빛의 반사, 그림자를 이용하며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림자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빛의 반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원래 물체가 반드시 존재한다. 원본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는 그에게 현실과 반영, 근원과 표면으로 대칭을 이루고 그는 자신의 이런 작품들을 ‘평행한 두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가령 작품 ‘두 도시’는 서울 풍경, 평양 풍경 사진을 두고 조명을 비춰 두 도시가 이어져 보이도록 만든 작품이다. 현실에서는 분단된 두 도시가 ‘리플렉션’의 결과물, 혹은 환영 속에서는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절묘하게 이어져 나타난다.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현실과 이상 등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기여화광’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기여화광’(氣如火光)은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한국 특유의 완만한 산등성이 위로 노란 빛이 푸른 빛으로, 푸른 빛이 다시 붉은 빛으로 변한다. 마치 해가 뜨고 지는 하루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서광이 비치고 노을이 지는 하늘처럼 변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작품에 다가가 산등성이 형태로 만들어진 나무패널 뒤를 살짝 보면 턴테이블 위로 일상에서 흔해 빠진 광고전단이 놓여 있고, 이 전단을 평범한 조명이 비추고 있다. 벽을 밝히는 매혹적인 빛은 광고전단에서 비롯된 것이다.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여화광’이 200여번이나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기여화광은 하늘에 붉은 기운이 만연한 신비로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시대는 이처럼 기이한 현상이 곧 천재지변이나 성난 백성의 민심을 대신한다고 생각했다. 자연 현상을 인간사회와 연결해 해석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산의 실루엣은 실제로 서울을 둘러싼 관악산, 인왕산, 북한산의 형태를 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산의 실루엣 위로 변화하는 하늘빛과 매일 수도 없이 접하는 광고전단을 병치시켜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이창원의 평행한 두 세계는 매혹적인 빛으로 시선을 끌고, 기발한 방식을 들여다보게 한 뒤, 그 빛의 근원을 마주하게 한다. 그는 “우리 시대는 보이는 표면은 화려한 데 비해, 이게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내부는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현상의 실제 구조가 보이게, 또 사람들이 그 현상의 근원을 알고 싶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8월8일까지.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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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다. 종이에 수묵담채, 26×21㎝, 개인 소장.혹독한 세상살이에 그림이 무슨 대수냐고 했습니다. 쫓기는 일상에 미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습니다. 옛 그림이고 한국미술이라면 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는 일을 돌아보면 말입니다. 치열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었고, 위태롭지 않은 시대가 어디 있었습니까. 한국미술은 그 척박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지혜였고 부단히 곧추세운 용기였습니다. 옛 그림으로 세태를 읽고 나를 세우는 법을 일러주는 손태호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조선부터 근현대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시대와 호흡한 삶, 역사와 소통한 현장에서 풀어낼 ‘한국미술로 엿보는 세상이야기’ ‘한국미술로 비추는 사람이야기’입니다. 때론 따뜻한 위로로 때론 따가운 죽비로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손태호 미술평론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 결국 개최될 모양입니다. 오직 올림픽을 바라보며 피땀으로 준비해왔던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이 너무나 위험한 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올림픽이 단순히 선수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도쿄올림픽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해 우리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면 올림픽 자체는 세계인을 감동케 하는 행사입니다. 모든 종목이 다 그렇지만 그중 무엇보다 한국인을 감격케 하는 특별한 종목이 있습니다. 양궁입니다.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다른 나라에 절대 내주지 않는 양궁은 우리 입장에서는 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여자 단체 양궁은 올림픽에서 무려 8연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이처럼 활을 잘 쐈던 걸까요. 아마 고대부터일 겁니다. 수많은 그림들이 그렇게 일러줍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활쏘기와 관련된 작품이 아주 많이 그려졌던 것이지요. 그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그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면 담졸 강희언(1738∼1784 이전)의 ‘사인사예’(士人射藝)를 꼽겠습니다. 회화성으로 보나 구성으로 보나 활쏘기 그림에선 단연 최고봉이라 할 만합니다. 남과 여, 양과 음, 침묵의 소리 대비한 ‘사인사예’ 시작은 오른쪽 소나무 한 그루부터입니다. 왼쪽 아래 방향으로 비스듬히 뻗은 가지를 멀리 개울가와 같은 사선으로 그려 전경과 후경을 자연스럽게 구분한 덕입니다. 나무기둥은 윤곽선이 없이 그린 뒤 먹의 농담만으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껍질을 표현했고 솔잎은 푸른색 선염(화면에 물을 칠하고 마르기 전 물감을 칠해 몽롱하면서 무거운 맛을 나타내는 채색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나무 아래에 그림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갓을 쓴 선비 셋이 보이는데 한 선비는 활시위를 당겨 막 화살을 쏘기 직전이고, 한 선비는 다음 화살을 잡으려고 하며, 나머지 한 선비는 활을 무릎에 끼운 채 앉아 있습니다. 그림 안쪽 나뭇가지 저 너머로는 개울가가 보입니다. 아낙들이 푸른치마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빨래를 하는 중입니다. 힘껏 치켜들었다가 내리칠 방망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것만 같습니다. 활터와 빨래터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화에 그림의 묘미가 있습니다. 바로 ‘소리의 시각화’입니다. 예부터 활 쏘는 곳에서는 이른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 해 말을 삼가는 것이 기본 덕목입니다. 그럼에도 화가는 요란한 빨래 방망이 소리를 그림에 들여 활터의 침묵과 묘한 대비를 끌어낸 것입니다. 이 ‘침묵과 소리’는 ‘남과 여’ ‘양과 음’과 함께 그림이 의도한 주요한 대비법입니다. 활 쏘는 선비들에서는 옛 활쏘기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시위를 활에 걸 때는 양반다리를 한 후 양 무릎에 활을 끼운 채 겁니다. 조선의 각궁은 일본 활이나 서양 활과는 달리 쇠뿔·나무·힘줄 등을 여러 겹으로 만든 복합궁이라 탄성이 매우 강해 활시위를 걸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세를 취한 이가 왼쪽 아래 앉아 활을 만지는 선비입니다. 활시위를 힘껏 당긴 다른 선비의 허리춤에는 화살 두 발이 매달려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보통 사대에 올라갈 때 이처럼 화살을 허리띠에 꽂고 올라가 하나씩 뽑아 쐈습니다. 한 번에 다섯 발씩 쏘는데 두 사람이 한 발씩 교대로 쏩니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선비는 세 번째 화살을 쏘기 직전이고, 또다른 선비는 세 번째 화살을 준비 중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팔뚝에 찬 완대로 볼 때 한 사람은 왼손잡이, 다른 사람은 오른손잡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담졸 강희언이 그린 ‘사인사예’의 부분. 활터에서 활을 쏘는 선비들(오른쪽)과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 화가는 요란한 빨래 방망이 소리를 그림에 들여 활터의 침묵과 대비를 꾀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화에 그림의 묘미가 있다.임금·양반·양민 막론하고 누구나 즐긴 국민스포츠 그림은 활쏘기 자세도 알려줍니다. 사대에 오른 두 선비의 발 방향은 팔(八)자도, 정(丁)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인데 이 자세를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비정비팔’(非丁非八), 바로 우리 국궁의 기본자세입니다. 무게중심을 살짝 앞쪽으로 옮기며 발사하는데, 팔의 힘만이 아니라 온몸의 탄성을 활의 탄성과 결합해야 멀리 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활쏘기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먼 120보(144m)를 기준으로 하고, 무관시험 때는 150보(180m)까지 쏘게 했던 데는 이런 원리가 있었던 겁니다. 현재 올림픽 양궁거리가 70m이니 조선의 활쏘기 거리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멀었습니다. 조선후기 문인이자 화가이면서 평론가였던 표암 강세황(1713∼1791)은 그림의 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편안할 때 연습하고 위태할 때 사용하니, 연북인(硏北人·문인 등 문필에 종사하는 사람)은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광경이 여기에서 극에 달했다.” 고대부터 지금껏 우리 민족에게는 활쏘기의 특출함이 있습니다. 고구려 시조 주몽(朱夢)에 대해 ‘삼국사기’는 주몽이 일곱 살 때 대나무로 만든 활로 파리를 잡았다는 기록을 전합니다. 고구려를 침략한 당 태종은 장수 양만춘의 화살에 한쪽 눈을 잃었다고도 합니다. 조선의 임금 중 특히 태조와 태종, 정조는 신궁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게다가 활쏘기는 단순한 기예가 아니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닦고, 동맹체를 결속시키기 위한 치열한 수련이었으며, 무인만이 아니라 임금·양반·양민을 막론하고 누구나 권하고 즐겼던 국민스포츠였습니다. 이런 전통이 면면히 흐르고 있기에 올림픽 8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단 활쏘기뿐만 아닙니다. 활 관련 그림에서도 전통은 이어져 현대적 감각의 명작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작이 바로 서양화가 김형근(91) 화백이 1970년에 그린 ‘과녁’입니다. 작품은 그해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청와대가 소장하고 있습니다. 화살 꽂힌 나무표적의 회화미 극대화한 ‘과녁’ 그림은 둥근 표적이 있는 나무과녁과 화살 3개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묘사는 단순치 않습니다. 나무판은 질감이 느껴질 만큼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과녁은 현대의 양궁과는 다른 국궁의 과녁으로 실제는 직선이 원 위에 있는데 회화적 안정감을 위해 반대로 그린 듯합니다. 표적에 활촉 자국은 보이지 않으나 화살 두 개는 비스듬히 꽂히게, 한 개는 땅에 닿게 한 뒤 각각의 그림자를 묘사해 사실감을 높였습니다. 김형근의 ‘과녁’(1970).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박힌 순간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렸다.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작품이다. 1970년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이후 청와대의 소장품이 됐다. 당시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지방 공무원 신분 작가의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한국사람은 옛부터 과녁을 썼다”며 “둥근 것은 한국인의 혼을 뜻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캔버스 유화, 162×130㎝, 청와대 소장.물론 작품은 활쏘기의 풍속이나 의미를 표현한 게 아닌 화살에 꽂힌 과녁의 회화미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만큼 활쏘기가 대중적이고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토속적인 소재에 주목해 전통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런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 화단에서 인정받고 대중에게 감동을 줘 그의 작품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1885년부터 한 해 동안 한반도를 여행한 러시아 장교들이 쓴 책 ‘내가 본 조선, 조선인’은 “다른 사람들이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조선인은 활을 잘 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19세기 한양 성곽 안팎에 활터만 마흔여덟 곳이 있었을 만큼 활쏘기는 우리 민족의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사인사예’부터 ‘과녁’까지 이어지는 활쏘기 그림은 전통의 위력을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의미를 옛 화살에 묻혀 현대의 과녁으로 쏴주는 듯합니다. 화살은 이내 다른 과녁을 향해 날아갈 것이고요, 그래서 과녁은 화살의 종착지가 아닌 여정입니다. △손태호 미술평론가는… 30대 중반 도망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살이가 버겁고 고달파서. 막막하던 그 시절, 늘 그렇듯 삶의 퍼즐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풀렸다. 그즈음 눈에 띈 옛 그림이 우연이었고 그 흔적을 좇아 미술관·고서화점 등을 누비고 다닌 게 필연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찍힌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을 보고 어째서 ‘그림이 삶, 삶이 그림’이라 하는지 깨달았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의 길은 그날로 접혔다. 동국대 대학원 미술학과로 진학해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미술 전문가가 됐다. 조선회화·불교미술에 기둥을 세우고 그 안에 스민 상징 같은 ‘옛 그림’은 거울로 곁에 뒀다.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조형연구소 학술이사로 있으면서 이론·현장을 연결한 연구, 인물·지리·역사를 융합한 글과 강연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불상의 탄생’(한국학술정보·2020), ‘다시 활시위를 당기다’(아트북스·2017), ‘나를 세우는 옛 그림’(아트북스·2012) 등이 있다.오현주 (euanoh@edaily.co.kr)▶ #24시간 빠른 #미리보는 뉴스 #eNews+▶ 네이버에서 '이데일리 뉴스'를 만나보세요▶ 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스냅타임'<ⓒ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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